지극히 주관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화 감상 일기입니다:-)
-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히로키 류이치(2017)
- 야마다 료스케, 니시다 토시유키, 무라카미 니지로
- 장르: 판타지, 드라마
30년 넘게 문 닫은 나미야 잡화점에 숨게 된 3인조 도둑 야츠야, 코헤이, 쇼타는 32년 전의 인물들로부터 편지를 받게 된다. 가벼운 마음으로 답장을 주고받는 것으로 시작했지만 자신들의 답장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고 있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모든 사연들은 하나의 인연이며, 우연이 아닌 것을 알게 된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장편 소설인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 원작인 영화다. 이미 500만부 이상의 판매량을 보이는 베스트셀러 작품이었고, 한국에서도 책꽂이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던 책이다.
분명 히가시고 게이고의 이 책을 읽었다고 생각했었는데, 다른 책과 착각했다는 것을 영화를 보며 깨달았다. 추후에 읽어보고 비교해보기로 한다.
제 꿈은 우주 비행사인데 버스만 타도 멀미를 해요.
-비행사도 선원도 처음엔 멀미를 해요. 꿈이 이뤄지길 바랄게요.
영화는 1980년대의 모습부터 2010년 인물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30년 이상 사람의 흔적이 없는 잡화점은 그 자리에서 묵묵히 많은 사람들의 고민 상담소가 되어주고 있다. 어린 시절 사소한 고민마저 상담해 주던 나미야 씨의 상담을 원해서, 도움을 받고자 성인이 된 인물들은 계속 같은 방식으로 고민 편지를 보낸다.
자신의 가능성을 도전하고 싶어하며 존 레논을 동경하던 생선가게 뮤지션, 낮에는 직장, 밤에는 술집에서 일을 해야만 했던 길 잃은 강아지, 불륜으로 생긴 아이를 고민하는 그린리버, 세리, 3인조 도둑으로 나오는 쇼타, 아츠야, 고헤이, 나미야의 앞에 나타난 아키코 모두 보육원이란 인연으로 엮여있다. 어려운 배경을 가진 인물들은 각자의 상황에서 고민하며 성장하고 있다.
고민에 대한 답장은 때론 날카로울 정도로 현실적이고, 때로는 따뜻한 응원으로 인생을 바꾸게 해주기도 한다. 넉넉하지 않은 환경에서 자란 3인방도 답장을 해주며 타인의 삶에 영향을 준다. 자격이 어떠하든 누구에게나 고민을 들어주고, 긍정이든, 부정이든 영향을 주며 소통할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이 소망하는 꿈에 대해 확신이 없을 때, 부끄러운 일을 해서라도 안정적인 삶을 꿈꿔야 하는지, 당장 눈앞에 선택하기 어려운 기로에 놓였을 때와 같이 누구나 고민을 갖고 있다. 어떤 이는 사랑일 수 있고, 어떤 이는 미래의 꿈일 수 있고, 어떤 이는 현실 상황을 고민하듯 각기 다른 모습으로 어려움을 안고 살아간다. 이 영화는 이와 같은 고민을 토대로 보는 이에게 공감과 자신의 고민에 대해서도 돌아보게 한다.
인터넷이 없는 1980년 배경에서 등장인물들은 편지를 통해 소통한다. 이메일, 문자와 달리 편지에는 특유의 감성이 있다. 전하고자 하는 감정이 더 묻어나 상대의 마음을 더 울리게 한다. 나미야 씨는 손 편지로 정성을 담아 진심으로 고민상담을 해 준다. 이 시대에서 편지는 기념일에만 쓰거나, 감수성이 풍부한 특유 사람들이 써서 손을 오글거리게 하는 행위가 된 것 같아 안타깝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요즘 같이 각박한 시대에서 고민이 많고 위로에 메마른 사람들이 숨겨왔던 자신의 결핍을 들켜 방어 기재로 나타내는 행위일 수 있을 거라 생각이 든다.
정작 나의 고민은 누구와 나누고 있는가, 가장 가까운 가족, 친구에게 오히려 숨기고 강한 척 하는 것에 익숙해져 고민을 나누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반대로 남의 인생이라 여기고 누군가의 고민을 가볍게 여기거나 어렵다고 넘긴 것은 얼마나 많은가. 회색 빛이 되어가는 시대를 당연시하며 나 또한 날카로운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을 돌아본다.
추리 소설을 원작으로 알고 있어 줄거리가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는 것에 잠시 당황했으나, 타임루프가 흐르는 대로 머리 싸움 없이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다. 원작을 읽어보지 않아 원작과의 비교는 어렵지만 가볍게 편한 마음으로 보다 위로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보면 이 영화의 메시지는 마냥 가벼울 수는 없을 것 같다.
물론 나의 감상과 영화의 의도는 지극히 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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